이민을 권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반반이에요


[INTERVIEW]


외국에 사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타국 생활은 자유로울 것만 같고, 생계 유지에 대한 부담도 한국보다는 덜할 것 같고, 조금 더 지면과 거리를 둔 채 가볍게 날아가듯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과연 그럴까? 한국을 벗어나 다른 삶을 택한 3인을 만났다. 왜 한국을 떠나게 되었는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돌아본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떠한지. 나이도, 성별도, 결혼 여부도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타지에서의 삶을 좀더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긍정

안녕하세요, 저는 호주에 살고 있는 30대 초반 직장인입니다.

테르미도르

저는 파리에 살고 있는 30대 중반의 유학생입니다. 반갑습니다!

단풍맘

반가워요. 저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40대 중반의 워킹맘입니다.


현재 살고 계신 곳과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조긍정: 저는 호주 멜버른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어요. 가족들은 모두 한국에서 지내고 저 혼자 호주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멜버른에 산 지는 4년 정도이고, 그전에는 시드니에서 살았어요. 호주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건 한국에서만큼 힘든 것 같지는 않아요. (한국에서 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경우를 들어보면 회계사들이 야근도 많이 하고, 프로젝트 들어가면 밤도 샌다더라고요.) 가끔 호주 회사는 야근 절대 안 하지?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는데. 일이 많을 땐 야근을 하기도 해요. 대신 야근을 하면 바쁘지 않은 날 좀 늦게 오거나 아니면 매니저 재량에 따라 하루 휴가를 주기도 해요. 정말 워라밸 유지하기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테르미도르: 저는 3년 넘게 파리에서 살고 있어요. 한국에서 결혼하고 난 직후에 아내와 함께 프랑스로 왔으니 유학생 부부라 할 수 있겠네요. 지금도 아내와 단둘이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어요.

단풍맘: 저는 캐나다 토론토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남편과 청소년기 아이 둘과 함께 4인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현재 어떤 목적으로 체류하고 계신가요?

테르미도르: 체류 목적은 아주 간단명료하게, 유학입니다.

조긍정: 20대 중반에 유학을 와서 유학생으로 지내다, 취업 후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단풍맘: 저는 이민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일하고, 가족들도 모두 살고 있으니까요.


어떤 계기로 이주를 하게 되셨나요? 이주를 결정할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조긍정: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해서, 계획 없이 자퇴를 하고 무작정 유학을 떠났어요. 운이 좋게도 제가 호주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마침 회계사가 부족 직업군에 속해 있어서 준비만 열심히 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영어 시험을 준비하고 정부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모두 준비해서 영주권을 받았어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이민 올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준비했던 게 내 삶을 완전 바꿔놓은 것 같아요. 해외 경력만 2~3년 쌓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살다보니 눌러앉게 되더라고요. 한국에 가서 몇 달 있으면 호주가 생각나기도 했고요. 그래서 다시 들어오길 반복했죠.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어요.

단풍맘: 저는 조긍정님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 유학을 한 이후 이곳에서 살기로 결정했어요.

테르미도르: 한국에 있을 때, 대학에서 서양 역사를 전공했었어요.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서 제가 공부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좀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유학을 고민했고,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쳐서 프랑스로 이주하게 되었네요. 


여러 나라 중 특히 지금 살고 있는 국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단풍맘: 유학 생활 후 캐나다에서의 삶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집단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는 정서가 맘에 들었어요. 다만, 그만큼 개인이 자기 선택에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것도 이곳의 문화이긴 하죠.

테르미도르: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프랑스로 가게 된 이유를 궁금해했는데요, 제가 전공한 분야가 프랑스 역사였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프랑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꼭 프랑스에서만 프랑스 역사를 공부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또 요즘은 많은 학생들이 미국에서 유럽과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긴 해요. 하지만 전 프랑스를 선택했을 무렵엔 별 큰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프랑스 역사 공부할 거니 프랑스로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네요.

조긍정: 유학 갈 당시에는 호주라는 나라에 대해 전혀 몰랐었어요. 어느 날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알게 됐죠. 영어권 국가에다 한국이랑 많이 멀지도 않고. 그래서 결정하게 됐어요.




외국에서 산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테르미도르: 주변 친구들이 보여준 반응은 부러움 반 걱정 반 정도였던 것 같아요. 외국 생활을 상상했을 때의 불편함과, 또 한국 사회와는 떨어진 새로운 곳에서 살며 느낄 새로움에 대한 부러움이 일반적 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또다른 반응은, “네가? 프랑스에? 왜?”와 같은 것이었어요. 친구들이 가진 프랑스의 이미지와 저의 이미지가 전혀 맞지 않았나보네요. (웃음)

단풍맘: 한국에서 자리잡으려 할 때쯤 이민을 가겠다고 한 터라 주변에서 약간의 만류도 있었지만, 사실 이민은 결국 당사자가 결정하는 것이니 나중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더라고요.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조긍정: 주변 친구들은 “네가?”라는 반응이었어요. 제가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고, 모험을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거든요. 그래서 다들 가도 금방 돌아오겠지 하는 반응이었어요. 이렇게 오래 살 줄은 다들 몰랐나봐요.


처음 자리를 잡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단풍맘: 초반 직업을 갖기 전까지 불안정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아무래도 제일 어려웠어요. 또 한국과 캐나다의 차이를 이해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의료, 보육, 교육, 취업 등 생활 전반의 모든 분야에서 제도적, 문화적 차이가 있더라고요.

테르미도르: 저는 외국에서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언어를 말하고 싶어요. 특히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라면 그 어려움이 더더욱 크게 다가올 것 같아요. 거주한다는 건 관광객으로 방문하는 것과는 또 다를 텐데요, 관광 목적의 외국 방문이라면 단순한 의사 전달 정도의 언어만 할 수 있다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겠지만, 거주를 한다면 여기서 생활을 해야 되는데, 그때는 다른 사람들과 단순 의미 전달을 넘어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언어 실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프랑스에 와서 프랑스어를 처음 배웠기 때문에, 처음 자리잡을 때는 더욱 이런 언어 장벽이 크게 와 닿았어요. 사실 지금도 언어는 역시 어렵습니다…

조긍정: 대학 졸업 후 처음 회계 일을 구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어쨌든 저도 여기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없을 수가 없어요. 언어도 내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남들보다 열 배는 더 노력해야지 따라잡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인터뷰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죠. 완벽하지 않은 언어를 커버하기 위해 또다른 나의 장점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영어뿐만 아니라 직무 관련해서도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해가야 했어요. 그래서 처음 일을 구할 때는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 같아요. 경력을 쌓는 일이 먼저니까 저는 연봉이 좀 낮더라도 받아들였죠. 뭐든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하는 게 이치일테니까요.



현재 생활비는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가 드나요? 생활비는 어떻게 벌고 계신가요?

조긍정: 요즘 한국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생활비는 보통 한국에 있는 또래 친구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특히 호주에서 생활비가 더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면… 외식비랑 월세예요. 호주는 전세 개념이 없기 때문에, 모든 세입자들이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해요. 제가 지금 사는 집은 한 주에 30만 원 정도 월세를 내는 것 같아요. 한 달이 아니라 한 주! 이렇게 내더라도 제가 집 전체를 쓰는 게 아니라 주방이나 화장실 같은 공용 공간은 다른 하우스메이트와 셰어해야 돼요. 너무나 비싸죠… 외식 같은 경우에는 괜찮은 곳에서 밥 한끼에 술 한잔(정말 한 잔!) 하면 인당 5만 원은 기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월급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집값을 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웃음)

단풍맘: 토론토에서 4인 가족 평균 생활비를 따져보면 캐나다 돈으로 4000달러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집 월세는 포함하지 않은 비용인데요, 월세는 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4인 가족 평균 생활비 정도만 참고하셔도 될 것 같아요.

테르미도르: 아주아주 감사하게도, 저는 학비와 생활비를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편하게 유학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를 받을 때마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을 향해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 담아 큰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생활비는 사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텐데요, 기본적인 생활비는 서울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집 렌트비가 서울보다 비싸고, 외식비가 비쌉니다. 하지만 제겐 저렴한 학생식당이 있으니까 여러모로 절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어디서 구하시나요?

테르미도르: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는 언어의 장벽으로 아무래도 한인 사이트를 통해 많이 정보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프랑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인 수가 많지 않고, 또 특히 체류자의 대부분이 20대 유학생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런 한인 관련 정보로는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속시원하게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프랑스도 인터넷을 통해 생활 정보를 구하기가 가장 쉽고 편해서 요즘은 프랑스 사이트를 통해서 정보를 구하고 있어요.

조긍정: 저는 회사 동료들한테 물어보거나, 아니면 구글에서 검색해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한국인 커뮤니티나 호주 생활에 대해 자세히 올려놓은 블로그 같은 걸 많이 이용하긴 해요.

단풍맘: 저도 다른 분들과 비슷한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에요.


인종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조긍정: 인종차별을 많이 느끼지는 않지만 가끔 몇몇 사람들이 은근히 무시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여럿이 같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알아듣는데, 꼭 뭐라고? 뭐라고? 하고 되묻는 사람이 있거든요. 일부러 그러는 게 티가 날 정도로요. 그럴 때 인종차별이라고 느끼죠. 그런데 가끔 내가 나 자신을 차별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예를들어, 나는 이곳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거라고 스스로생각할 때요. 뭔가에 제한을 두며 사는 자체가 스스로에게 차별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테르미도르: 외국 생활에서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인종차별이 아닐까 싶은데요, 서구권 사회에 거주한다면 적어도 한 번쯤은 겪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남성인데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살아가며 소수자, 마이너리티로 살아본 경험이 참 드문데요, 여기에 오게 되니 제 외모만으로 바로 소수자가 되어버리니 처음에는 이 점이 아주 당황스럽더라고요. 적응하는 데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요.

단풍맘: 인종차별이라기보다는 동양인 정서상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게 돼요. 그럴 때는, 현지인들처럼 목소리를 내 의견을 개진하면 별문제가 없더라고요.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내 의견이 반영되게 할 수 있어요. 물론 인종차별을 당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인종차별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나의 문제는 아니니까 속상해할 필요가 없겠다 싶더라고요.



현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이 가진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단풍맘: 장점은 한국인들이 정말 열심히 산다는 거예요. 단시간에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굉장히 결과지향적이고요. 단점은 방향을 잘못 잡았을때도 열심히 달리려고만 한다는 거예요. 기다리고 인내하는 성향이 적고 과정을 즐기지못하고요.

조긍정: 저도 비슷하게 느꼈는데요, 회사를 다녀보니 확실히 한국인이 일을 빨리 정확하게 잘하는 것 같아요.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도 있고요. 다만 한국인들의 단점이라면 단점이고 장점이라면 장점이 너무 겸손하다는 것? 한국 사람들은 칭찬에 약한 것 같아요. 누군가 칭찬을 하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맙다고 하면 되는데 한국인들은 극구 부인한다고 해야 할까요? 칭찬해주면 일단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저도 비슷했는데 지금은 많이 고쳤어요. 칭찬받으면 고맙다고 하고, 인정하고 넘어가는 편이에요. 그래야 진심으로 칭찬해준 사람한테도 무안하지 않고.

테르미도르: 우선 좋은 점은 프랑스인 중 한국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제가 살아왔던 곳에 먼저 관심을 보이고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프랑스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나쁜 점이라면,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는 신속하게, 저렴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여기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땐 문득 한국 사회랑 비교를 하게 되면서 짜증이 날 때가 있어요.


한국과 지금 사는 곳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조긍정: 물론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우선 외국에서 살아가는 점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내 삶을 계획하고 주도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만약에 지금 한국에 있었다면 주변에서 내 인생에 참견을 많이 했겠죠. 결혼은 언제 하느냐, 아기는 언제 낳으려고 하냐… 그런 정형화된 틀에 내 삶을 끼워맞추려 할 텐데 여기는 그런 게 없으니까 남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한 가지 큰 차이라 하면, 가족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거예요. 가족들을 자주 봐야 일 년에 한 번씩 보니까 만나면 항상 애틋하고 헤어질 땐 너무 아쉬워요.

테르미도르: 많은 부분이 달라 무얼 가장 큰 차이라 말해야 될지 고민이 되는데요, 아무래도 생활 방식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케바케’겠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프랑스가 조금 더 한국보다 여유가 있는 사회라고 개인적으로 느낍니다. 워라밸이 좀더 지켜지는 사회라는 걸 뽑고 싶네요.

단풍맘: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는 서두르는 법이 없어요. 그래서 뭐든지 미리 계획해서 진행하는 습관이 생기게 돼요.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개개인의 업무 및 책임 영역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 업무 영역 이외에는 관여하지 않아요. 그래서 직원 입장에서는 수월한 반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긴 하죠. 또 개인의 문제와 집단의 문제를 구분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집단 행동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나이가 어리든 많든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각자의 결정을 존중하는 문화죠. 그래서 잘되면 그 사람의 공이고, 잘 안 돼도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 남 탓할 일이 별로 없죠. 내가 무엇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누군가가 알아서 챙겨주는 일은 찾기 어려워요. 캐나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평온하긴 하지만, 진취적인 면이 부족해요. 뭔가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높은 젊은이들에겐 잘 맞지 않을 듯하네요. 다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춘 나라임에는 분명합니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요?

테르미도르: 네, 저는 그래도 올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기의 생활, 또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재미있어요. 아, 그리고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도 제가 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한 이유가 되겠네요.

조긍정: 과거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한국을 떠난다는 선택은 비슷할 것 같아요. 다만 이민 가는 시기를 조금 늦출 것 같아요. 저는 20대 초반부터 해외에 나가서 20대를 친구들과 함께 보내지 못했어요. 그게 가장 아쉬운 것 같아요. 호주에 있지만 호주인은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에 있지도 않아서 나의 정체성을 계속 모색했던 시기랄까. 뭔가 제 위치도, 나이도, 언어도 모든 게 다 애매한 시기였어요. 그래서 한국에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고민을 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단풍맘: 저도 한국을 떠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선택을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은 진취적인 문화가 있는 곳을 찾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이민을 꿈꾸는 한국인 또래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테르미도르: 워킹홀리데이나 교환학생, 어학연수와 같이 미리 본인이 이민을 가고자 하는 사회를 경험해볼 수 있는 시스템들이 많이 있어요. 외국 생활의 성공 여부는 개인마다 모두 달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우선 이런 시스템을 통해 먼저 본인이 살고 싶은 사회를 경험해보는 것이 실패를 줄이고 적응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어. 두 번 강조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오게 되면 분명 그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긍정: 이민을 권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하면 반반이에요.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민자로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상당히 많거든요. 타지에서 살아간다는 건 그만큼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누리고 살았을 것들을 포기한다는 뜻이에요. 지금 제 또래들은 결혼한 친구들도 많겠죠. 결혼해서 아기 낳고 이민 준비하는 또래들도 봤어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일 년 살면서 이민 준비하다가 취업이 안 되어서 돌아간 분들도 봤고요. 이민 오려면 정말 철저하게 준비하고 와야 할 것 같아요. 취업을 할 수 있는지, 이민 비자는 받을 수 있는지 등등… 우선 와서 살면서 준비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30년 넘게 한국에서 이뤄놓은 삶을 다 포기하고 오기에는 메리트가 크지 않아요. 물론 아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온다면 저는 매우 추천해요. 대신 늦게 시작한 만큼, 정말 많이 준비하고 많이 알아보고 고생할 각오하고 왔음 좋겠어요.

단풍맘: 캐나다인들의 삶처럼 개개인에게 모든 결정권을 주고, 그 결정에 대한 결과를 100퍼센트 감당해내라고 하는 건 모든 사람이 다 달가워할 일은 아닌 거 같아요. 권리를 누리는 데 익숙하지만, 책임 또한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캐나다 살이를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딴짓매거진  시즌2/2호(13호) 발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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