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조금 특별한 동거인
작가 도대체
코가 길쭉하고 다리가 긴 강아지만 보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인스타로 유기견 입양을 검색하다보면 일주일 후에 안락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강아지 사진이 보인다. 당장 저 아이를 데려오고 싶다. 뿐인가. 세상에 나만 고양이가 없는 것 같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고양이 그루밍 영상을 본다. 구독하는 고양이 채널만 여럿이다. 어느 날 고양이가 나를 간택해준다면 어쩔 수 없이 모시겠지만, 내가 나서서 입양을 할 수는 없다. 나조차 나를 믿을 수 없어서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너무 큰일이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 한 살짜리 강아지를 입양하면 아마 쉰이 가까울 때까지 그 아이와 함께해야 하리라. 새벽까지 술도 못 마시고(나를 기다리겠지?) 여행도 오래 못 가고(내가 버린 줄 알겠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책에 나서겠지. 그 모든 걸 감안하고 내가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을까?
내가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있는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다보니 도대체 작가가 떠올랐다. 도대체 작가는 웹툰 <태수는 도련님> <그럴수록 산책> 등을 연재하는 그림 작가이자, 『뭐라고? 마감하느라 안 들렸어』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등을 쓴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강아지 태수, 고양이 꼬맹이와 함께 살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라이프에 대해 말하는 작가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 그걸 알면 나도 반려동물과 함께할 용기를(혹은 포기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수, 꼬맹이와 함께 살고 계세요. 두 아이 소개 좀 해주세요.
태수는 시츄 견종의 개로 저와 만 12년 넘게 함께 살고 있습니다. 네이버 동물공감판에 연재한 만화 <태수는 도련님>의 주인공이고요. 꼬맹이는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몇 년 동안 보면서 친해진 길고양이였는데 작년 2월부터 집냥이가 되어 저와 살고 있습니다. 자기가 살던 영역에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 같아 앞뒤 생각 안 하고 덜컥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적응해서 살고 있어요. 정확한 나이를 알 순 없지만 제가 보아온 기간을 감안하면 최소 7살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태수, 꼬맹이 이름의 이유를 설명해주신다면요?
태수는 처음 저희 집에 온 날, 저희 어머니가 무심코 ‘테스’라는 이름을 중얼거리셔서 짓게 된 이름입니다. 테스가 여자 이름인데 저희 개는 수컷이어서, 비슷한 발음의 ‘태수’라고 지은 것이죠. 성은 개 씨입니다. 집에선 태수 또는 개태수라고 불러요. ‘꼬맹이’는 사실 평소에 제가 길냥이들을 부르던 호칭입니다. 어떤 고양이를 봐도 ‘꼬맹아, 꼬맹아’ 하고 부르는 식이었죠. 어르신들이 고양이들을 ‘나비’라고 부르시는 것과 비슷하게요. 그런데 이 고양이를 어느 날부터 매일 보기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제가 ‘꼬맹아’ 하고 부르면 이 친구가 어딘가에서 달려오기까지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대로 꼬맹이가 되었습니다.
― 도대체 작가의 네이버 웹툰 <태수는 도련님>을 보면 태수와 산책하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온다. 개는 하루 한두 번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작가님은 유달리 산책을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산책을 많이 하려면 스케줄이 반려견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태수 산책을 굉장히 자주 시켜주시던데, 반려견과 함께하면 삶의 리듬도 많이달라질 것 같아요. 어떤가요?
태수가 몇 년 전부터 실외배변만 고집해서, 하루에 최소 네다섯 번은 밖에 나갔다 와야 합니다. 대소변을 오래 참으면 개도 괴롭고 건강에도 좋지 않아서요. 한 시간 이상씩 하는 긴 산책은 하루 한 번 정도이고, 나머지 서너 번은 집 주위를 잠깐 돌고 오는 정도이긴 해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밖에 나가 소변을 보고 들어오면 그제야 하루가 시작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고, 하루 일과가 태수 산책에 맞춰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다는 건 예정된 슬픔을 안고 사는 일 같아요. 어떤가요?
태수도 만 12살을 넘겨서 노견 반열에 들다보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제 슬슬 백내장이 진행되기 시작했고, 소화 능력도 예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어느 날 태수가 세상을 뜨면 당연히 슬플 테고, 상상만 해도 울컥하게 돼요. 개의 수명이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짧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렇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제가 이 개의 마지막까지 돌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개는 제가 먼저 죽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채 버려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이 개를 끝까지 돌볼 수 있을거란 사실에 감사하고, 행여라도 반대의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의 건강도 돌봐야지 생각하게 됩니다. 너무 비장한 것 같지만 그래서 비명횡사하지 않기 위해 무단횡단도 결코 하지 않습니다.
― 개나 고양이는 보통 15년 정도를 산다고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인간 수명이 훨씬 길다보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늘 그들을 먼저 보내는 것 같다. 약속된 슬픔을 각오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도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 경우엔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조차도 저만 보면 기뻐하는 개를 보며 위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존재가 있으니 나는 결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냐’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제가 아닌 다른 존재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 힘이 되기도 했어요. 고양이도 마찬가지고요. 뜨끈한 이불 속에서 숙면하는 고양이를 보면서 ‘이렇게 따뜻한 걸 좋아하는데 어떻게 밖에서 살았지?’ 싶고, 이 친구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게 된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그린 웹툰 작가나 유튜버들은 댓글 공격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산책은 저렇게 시키면 안 된다, 저 브랜드의 사료는 몸에 좋지 않다, 저런 방식의 훈련은 효과적이지 않다. 어떤 의견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간섭은 피곤할 것 같았다. <태수는 도련님>을 그리는 도대체 작가는 그렇지 않았을까?
반려동물들이 만화에 자주 등장하다보니 반갑지 않은 간섭도 있을 것 같아요.
만화 내용이나 SNS에 올리는 사진들을 보고 한마디씩 하는 분들이 가끔 있죠. 그런데 저는 실생활에서 더 많이 겪었어요. 이를테면 전에 굉장히 추운 날이었는데, 저희 개가 실외배변만 해서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갔거든요. 그런데 지나가던 분이 ‘이 추운 날씨에 왜 굳이 개를 데리고 나왔냐’ 하고 타박하신 적이 있어요. 반갑지 않은 간섭이란 대개 그렇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뒤에 있는 많은 정황은 모르는 채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 한마디씩 할 때요. 그럴 때면 좀 억울하긴 해도, 그 말을 하는 분들은 또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마음만 받고 말자 하고 있어요. 딸을 키우는 제 친구의 말로는 육아하는 엄마들도 많이 겪는다고 하더라고요.
반려동물과 함께해서 좋은 순간과 피곤한 순간은요?
요즘 가장 좋은 순간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누웠을 때입니다. 천장을 보고 딱 누우면, 저희 개는 제 왼쪽 겨드랑이에, 고양이는 오른쪽 겨드랑이에 자리를 잡고 눕거든요. 두 동물에게 팔베개를 해준 상태로 있다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피곤한 순간은 아무리 할 일이 많고 고단해도 꼬박꼬박 밖에 다녀와야 할 때, 그리고 가끔 한밤중에 고양이가 우는 소리에 깰 때 정도인데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감수하며 살고 있습니다.
― 도대체 작가는 최근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그가 이사할 동네를 고르면서 신경썼던 건 ‘반려동물의 산책 장소가 있는가’였다. 하루에 네 번씩 산책한다는 태수를 생각하면 그럴 법도 했다. 그렇지만 태수를 위해 이사까지 하다니. 맹모삼천지교가 이런 건가 싶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집 구조 중에 가장 많이 변한 건 뭔가요?
이사 오면서 침대를 버리고 요를 깔고 지내고 있습니다. 나중에 침대를 다시 산대도 저상형으로 구입할 생각이고요. 개의 관절 때문인데, 높은 곳을 오르내리면 무리가 가거든요. 그리고 집안 바닥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았어요. 역시 관절 때문입니다.
고양이를 위해서는 캣타워를 들였는데, 일단 창문 앞에 캣타워를 놓은 후에 나머지 가구들의 배치를 해야 했습니다. 또 고양이 화장실도 고양이가 쓰기 적당한 위치에 화장실을 먼저 놓은 후에 나머지 가구들의 배치를 했고요.
집 구조뿐만 아니라 집의 위치까지 변했습니다. 올해 1월에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했는데, 이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저희 개의 관절 건강이었거든요. 전에 살던 동네가 산책로는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계단이 나올 때마다 안고 오르내리다보니 제 고관절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집 주위에 평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곳을 찾다가 현재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평지 산책로도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산길도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제가 사람 살 집을 찾는 건지 개집을 찾는 건지 모르겠다는 농담도 많이 했네요.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면 이것은 각오해야 한다는 게 있을까요?
똥오줌을 치워야 하고(때로는 만지게 되고), 털이 날리고, 아무리 피곤해도 할 일을 안겨주고, 밤에 자꾸 깨우고, 소중한 물건을 망가뜨리고, 때로는 아파서 그때마다 간호를 해야 하고, 말도 안 되게 높은 병원비가 나갈 것입니다. 인간이 왜 자기를 집에 남겨두고 혼자 밖에 나갔다 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서운해할 것이고, 자기에게 관심을 주고 예뻐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손이 안 가고 좀 소홀해도 되는 반려동물은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 인간의 마음과 행동 양식을 백 퍼센트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주는 동물이란 없고요. 최소 10년 이상, 어쩌면 20년 가까이 살게 될 동물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며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입양하시면 좋겠습니다. 결단을 내리신다면, 당신이 세상에서 어떤 비난을 받고 어떤 설움을 겪고 돌아와도 무조건 ‘님이 최고!’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친구가 생길 것입니다.
세상이 나에게 뭐라고 하건 ‘님이 최고!’라고 외치는 친구가 생긴다니. 그건 돈 주고 살 수 없는 관계 아닐까? 그래서 다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건가 싶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니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하나, 더욱 강아지와 고양이가 키우고 싶었다! 둘, 역시 나는 그럴 자격이 안 된다! 내 삶을 응원하는 친구는 가지고 싶지만, 그 친구를 위해 이사까지 감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마 당분간 멀리서 그들의 세계를 동경하며 영상으로 훔쳐보는 생활을 지속할 것 같다.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들의 우정을 마음으로나마 가늠해보면서.
그림출처 네이버 동물동감 웹툰 <태수는 도련님>
딴짓매거진 시즌 2/2호(13호) 발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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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금 특별한 동거인
작가 도대체
태수, 꼬맹이와 함께 살고 계세요. 두 아이 소개 좀 해주세요.
태수는 시츄 견종의 개로 저와 만 12년 넘게 함께 살고 있습니다. 네이버 동물공감판에 연재한 만화 <태수는 도련님>의 주인공이고요. 꼬맹이는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몇 년 동안 보면서 친해진 길고양이였는데 작년 2월부터 집냥이가 되어 저와 살고 있습니다. 자기가 살던 영역에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 같아 앞뒤 생각 안 하고 덜컥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적응해서 살고 있어요. 정확한 나이를 알 순 없지만 제가 보아온 기간을 감안하면 최소 7살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태수, 꼬맹이 이름의 이유를 설명해주신다면요?
태수는 처음 저희 집에 온 날, 저희 어머니가 무심코 ‘테스’라는 이름을 중얼거리셔서 짓게 된 이름입니다. 테스가 여자 이름인데 저희 개는 수컷이어서, 비슷한 발음의 ‘태수’라고 지은 것이죠. 성은 개 씨입니다. 집에선 태수 또는 개태수라고 불러요. ‘꼬맹이’는 사실 평소에 제가 길냥이들을 부르던 호칭입니다. 어떤 고양이를 봐도 ‘꼬맹아, 꼬맹아’ 하고 부르는 식이었죠. 어르신들이 고양이들을 ‘나비’라고 부르시는 것과 비슷하게요. 그런데 이 고양이를 어느 날부터 매일 보기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제가 ‘꼬맹아’ 하고 부르면 이 친구가 어딘가에서 달려오기까지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대로 꼬맹이가 되었습니다.
― 도대체 작가의 네이버 웹툰 <태수는 도련님>을 보면 태수와 산책하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온다. 개는 하루 한두 번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작가님은 유달리 산책을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산책을 많이 하려면 스케줄이 반려견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태수 산책을 굉장히 자주 시켜주시던데, 반려견과 함께하면 삶의 리듬도 많이달라질 것 같아요. 어떤가요?
태수가 몇 년 전부터 실외배변만 고집해서, 하루에 최소 네다섯 번은 밖에 나갔다 와야 합니다. 대소변을 오래 참으면 개도 괴롭고 건강에도 좋지 않아서요. 한 시간 이상씩 하는 긴 산책은 하루 한 번 정도이고, 나머지 서너 번은 집 주위를 잠깐 돌고 오는 정도이긴 해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밖에 나가 소변을 보고 들어오면 그제야 하루가 시작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고, 하루 일과가 태수 산책에 맞춰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다는 건 예정된 슬픔을 안고 사는 일 같아요. 어떤가요?
태수도 만 12살을 넘겨서 노견 반열에 들다보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제 슬슬 백내장이 진행되기 시작했고, 소화 능력도 예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어느 날 태수가 세상을 뜨면 당연히 슬플 테고, 상상만 해도 울컥하게 돼요. 개의 수명이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짧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렇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제가 이 개의 마지막까지 돌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개는 제가 먼저 죽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채 버려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이 개를 끝까지 돌볼 수 있을거란 사실에 감사하고, 행여라도 반대의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의 건강도 돌봐야지 생각하게 됩니다. 너무 비장한 것 같지만 그래서 비명횡사하지 않기 위해 무단횡단도 결코 하지 않습니다.
― 개나 고양이는 보통 15년 정도를 산다고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인간 수명이 훨씬 길다보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늘 그들을 먼저 보내는 것 같다. 약속된 슬픔을 각오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도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 경우엔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조차도 저만 보면 기뻐하는 개를 보며 위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존재가 있으니 나는 결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냐’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제가 아닌 다른 존재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 힘이 되기도 했어요. 고양이도 마찬가지고요. 뜨끈한 이불 속에서 숙면하는 고양이를 보면서 ‘이렇게 따뜻한 걸 좋아하는데 어떻게 밖에서 살았지?’ 싶고, 이 친구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게 된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그린 웹툰 작가나 유튜버들은 댓글 공격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산책은 저렇게 시키면 안 된다, 저 브랜드의 사료는 몸에 좋지 않다, 저런 방식의 훈련은 효과적이지 않다. 어떤 의견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간섭은 피곤할 것 같았다. <태수는 도련님>을 그리는 도대체 작가는 그렇지 않았을까?
반려동물들이 만화에 자주 등장하다보니 반갑지 않은 간섭도 있을 것 같아요.
만화 내용이나 SNS에 올리는 사진들을 보고 한마디씩 하는 분들이 가끔 있죠. 그런데 저는 실생활에서 더 많이 겪었어요. 이를테면 전에 굉장히 추운 날이었는데, 저희 개가 실외배변만 해서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갔거든요. 그런데 지나가던 분이 ‘이 추운 날씨에 왜 굳이 개를 데리고 나왔냐’ 하고 타박하신 적이 있어요. 반갑지 않은 간섭이란 대개 그렇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뒤에 있는 많은 정황은 모르는 채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 한마디씩 할 때요. 그럴 때면 좀 억울하긴 해도, 그 말을 하는 분들은 또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마음만 받고 말자 하고 있어요. 딸을 키우는 제 친구의 말로는 육아하는 엄마들도 많이 겪는다고 하더라고요.
반려동물과 함께해서 좋은 순간과 피곤한 순간은요?
요즘 가장 좋은 순간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누웠을 때입니다. 천장을 보고 딱 누우면, 저희 개는 제 왼쪽 겨드랑이에, 고양이는 오른쪽 겨드랑이에 자리를 잡고 눕거든요. 두 동물에게 팔베개를 해준 상태로 있다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피곤한 순간은 아무리 할 일이 많고 고단해도 꼬박꼬박 밖에 다녀와야 할 때, 그리고 가끔 한밤중에 고양이가 우는 소리에 깰 때 정도인데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감수하며 살고 있습니다.
― 도대체 작가는 최근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그가 이사할 동네를 고르면서 신경썼던 건 ‘반려동물의 산책 장소가 있는가’였다. 하루에 네 번씩 산책한다는 태수를 생각하면 그럴 법도 했다. 그렇지만 태수를 위해 이사까지 하다니. 맹모삼천지교가 이런 건가 싶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집 구조 중에 가장 많이 변한 건 뭔가요?
이사 오면서 침대를 버리고 요를 깔고 지내고 있습니다. 나중에 침대를 다시 산대도 저상형으로 구입할 생각이고요. 개의 관절 때문인데, 높은 곳을 오르내리면 무리가 가거든요. 그리고 집안 바닥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았어요. 역시 관절 때문입니다.
고양이를 위해서는 캣타워를 들였는데, 일단 창문 앞에 캣타워를 놓은 후에 나머지 가구들의 배치를 해야 했습니다. 또 고양이 화장실도 고양이가 쓰기 적당한 위치에 화장실을 먼저 놓은 후에 나머지 가구들의 배치를 했고요.
집 구조뿐만 아니라 집의 위치까지 변했습니다. 올해 1월에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했는데, 이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저희 개의 관절 건강이었거든요. 전에 살던 동네가 산책로는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계단이 나올 때마다 안고 오르내리다보니 제 고관절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집 주위에 평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곳을 찾다가 현재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평지 산책로도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산길도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제가 사람 살 집을 찾는 건지 개집을 찾는 건지 모르겠다는 농담도 많이 했네요.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면 이것은 각오해야 한다는 게 있을까요?
똥오줌을 치워야 하고(때로는 만지게 되고), 털이 날리고, 아무리 피곤해도 할 일을 안겨주고, 밤에 자꾸 깨우고, 소중한 물건을 망가뜨리고, 때로는 아파서 그때마다 간호를 해야 하고, 말도 안 되게 높은 병원비가 나갈 것입니다. 인간이 왜 자기를 집에 남겨두고 혼자 밖에 나갔다 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서운해할 것이고, 자기에게 관심을 주고 예뻐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손이 안 가고 좀 소홀해도 되는 반려동물은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 인간의 마음과 행동 양식을 백 퍼센트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주는 동물이란 없고요. 최소 10년 이상, 어쩌면 20년 가까이 살게 될 동물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며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입양하시면 좋겠습니다. 결단을 내리신다면, 당신이 세상에서 어떤 비난을 받고 어떤 설움을 겪고 돌아와도 무조건 ‘님이 최고!’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친구가 생길 것입니다.
그림출처 네이버 동물동감 웹툰 <태수는 도련님>
딴짓매거진 시즌 2/2호(13호) 발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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