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리즈 - 어일론(어떻게 일해야 할까)편

[Story] 


어떻게 시리즈

어일론 - 어떻게 일해야 할까




밥벌이에 치인 사람들의 '딴짓'을 응원하는 딴짓매거진에서는 주기적으로 ‘어떻게’ 파티를 개최한다. 딴짓 시스터즈가 모이면 매일같이 나누는 고민, ‘어떻게 살아야 할까’의 확장판이다. 매일 이렇게 ‘어살론’을 이야기하는 게 우리 셋뿐일까? 다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좀더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만든 것이 ‘어떻게’ 시리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논하는 <어살론>을 두 차례 열었고 이어 '어떻게 일해야 할까'에 대해 논하는 <어일론> 파티에 이어 ‘어결론(어떻게 결혼해야 할까)’ ‘어딴론(어떻게 딴짓해야 할까)’를 열었다. 그간의 어떻게 시리즈 현장을 공개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친구는 다섯 가지 직업을 가졌다.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해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하나만으로 먹고 살아요?"

남의 집을 방문해서 낯선 경험을 나누는 '남의 집 프로젝트'의 김성용 대표는 이런 일화를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그리고는 물었다.

"왜 하나의 일만 하나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논하는 파티 '어일론'. 딴짓의 한옥공간 '틈'에서 열린 어일론 파티는 37도의 폭염에 열렸다. 소나기가 온 후라 더위가 한풀 꺾일 것 같았지만 웬걸,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습도만 올라가면서 야외인데도 한증막처럼 푹푹 쪘다. 그런데도 서른 명의 참가자 중에 불참자는 고작 한 명. 95%가 넘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체온에 가까운 더위에 굴하지 않고 '어일론' 파티에 참석했다.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은 탓이었을까?





어일론파티는 총3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는 '남의 집 프로젝트' 김성용 대표의 직업에 대한 강연, 2부엔 그룹별 일자리에 대한 토론, 3부엔 자유로운 네트워킹 파티가 있었다. 연사인 남의집 프로젝트 김성용 대표는 카카오에서 일하다 '남의 집 프로젝트'를 위해 퇴사했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남의 집 거실에서 취향을 나누는 낯선 이들의 공동체다. 회사를 다니면서 '딴짓'으로 하던 남의 집 프로젝트가 '전업'이 된 셈이다.


자기 일을 시작해보니 스치는 월급이라도 매월 정기적인 돈이 통장에 꽂히는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되었단다. 그러나 실패할 자유, 상상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내 일'을 갖는다는 것이 즐겁단다. 왜 하나의 일만 해야 하나요? 겸업 금지라는 조항은 폭력적인 것 아닐까요? 그는 이렇게 물으며 '딴짓'을 권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 6~10명이 소그룹으로 모여 일자리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직업도 다양했다. 방송작가, 소셜플랫폼 기획자, 공기업 직원, 대기업 회사원, NGO 종사자 등. 토론은 일자리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 의견을 보태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퇴사하고 싶어요. 그런데 옮길 직장을 알아보거나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그만둘 용기가 안 나요. 그렇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다음 자리를 알아보기도 쉽지 않아요."

"회사 일이 재미가 없어요. 부서를 옮기기 전에는 너무 바빠서 이 일이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고민조차 할 수 없었거든요. 조금 한가한 부서로 오니 이제는 일이 재미가 없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고민이 더 되네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회사일과 제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어요. 제 개인 프로젝트는 돈벌이는 안 되지만 재밌어요. 문제는 둘 다 하려니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는 거죠. 이대로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퇴사와 이직을 고민했고 다른 누군가는 사이드잡으로 하는 딴짓에 대해 상담을 신청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인 딴짓러, 무슨 딴짓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고민러, 회사에 남고 싶은데 도태될 것이 두려운 사람, 사업을 하고 싶은데 모험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앞길은 보기 어려워도 다른 이의 고민은 객관적으로 보기 쉽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민에 한 마디씩 의견을 더했다. 퇴사를 하고 싶지만 다음 자리를 알아보지 않고 가기엔 용기가 부족하다는 이에게는 여섯 번이나 이직을 했다는 프로 퇴사러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


"한 템포 쉬어가지 않으면 삶을 돌아볼 여유도 안 생기지 않을까요? 이직을 하고 싶은 회사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면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무기력하게 회사를 계속 다닐 거라면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회사에게도, 본인에게도 말이죠.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고려해보셨나요? 그만두고 몇 달은 버틸 수 있는 생계비는 마련해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뜻을 모으면서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한 달 최적생계비는 얼마이며 목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심리적인 안정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월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는 생활비로 쓸 수 있어야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예외적으로 50만 원이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가지고 있어야 할 목돈에 대한 기준도 천만 원에서부터 10억 원은 있어야 안심이 된다고 말한 사람까지 다양했다.

어떤 딴짓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는 행동장벽을 낮추라는 조언이 잇따랐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만 하다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분들은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하나를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신 것 같아요. 완벽한 하나보다는 허접한 100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나에게 일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할까?"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요즘,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다. 밤이 되어도 가시지 않는 더위 속에서 나눈 이야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다. 가끔은 삶의 질문에 답을 내리는 것보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제대로 된 질문은 던지고 있는 걸까?







딴짓매거진 합본호(9/10호) 발췌문











합본호(9/10호) 구매하기 >